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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생기는 대로!" 출산 전도사 된 前職 CEO
천호식품 창업주 김영식 前 회장, 최근 세자녀출산지원재단 설립
"세 자녀 가정에 200만원씩 지원… 분기별로 미혼 男女 미팅 주선도"
'1273(아이출산)'. 김영식(67) 세자녀출산지원재단 이사장의 명함 속 휴대폰 번호 끝자리 숫자였다. '아이출산'이라는 한글 네 글자가 더 붙어 있었다. "2개월 전쯤 수십 년 동안 써오던 휴대폰 번호를 바꿨습니다. 우리 재단이 하고픈 말과 숫자 발음이 딱 떨어지지 않습니까."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지인과 통화할 때면 마지막에 덧붙이는 말이 있다"고도 했다. "우리 재단에 지발 후원 좀 해주이소!"
김 이사장은 지난 3월 중순 사재 20억원을 들여 재단법인 '김영식세자녀출산지원재단'을 세웠다. 지난해 1월 30년 넘게 이끌어 온 건강식품 제조·판매업체 천호식품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가 '출산 전도사'로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영식 세자녀출산지원재단 이사장은“아이를 낳아 기르는 기쁨이 인생 최고의 기쁨”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는 1남1녀의 아버지다.
그가 세 자녀 출산 장려에 뛰어든 건 회사를 경영하던 2009년부터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신청을 받아 셋째 자녀를 출산한 450여 가구에 9억1000여만원을 지원해왔다. 2010년 출산 장려에 힘쓴 공로로 정부 국민포장도 받았다. 그런 그가 재단을 세우기로 결심한 건 비행기에서 읽은 신문 기사 때문이었다. "두 달 전쯤 '초등학교 120여 곳이 신입생 0명'이라는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의 힘은 사람에서 나오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지원 방식은 10년 전과 같지만, 당시 2억원이던 기금 규모를 10배 늘렸다. 둘째 아이를 출산한 부부 중 셋째 출산 계획을 재단에 밝히고 이를 실천한 부부 50쌍씩을 매년 선발해 출산 지원금 20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단, 셋째 임신을 하기 전에 양육비 신청을 해야 유효하다. 오는 6월에 25쌍을 먼저 뽑고, 나머지 절반은 12월에 선발한다.
분기별로 미혼 남녀 20쌍을 초청해 직접 미팅도 주선할 예정이다. 6월 초 부산에서 첫 미팅이 열린다. 그는 "아이를 낳는 일도 결혼이 먼저 이뤄져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 마련했다"고 했다.
강연과 재단 일정으로 요즘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서울과 부산을 오간다. 사업을 시작했던 부산 지역 내 출산 장려 기업이나 단체를 발굴해 감사패와 상금도 전달할 예정이다.
재단의 슬로건은 '아(아이)는 생기는 대로 낳아 라!'다. 과거 TV 광고에서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촌스럽지만 꾸밈없는 대사로 유명해졌던 김 이사장을 닮은 투박한 문구다. "진심이 듬뿍 느껴지지 않습니까. '망설이는 부모들아, 아이 낳고 기르는 기쁨을 한번 믿어보라'는 말입니다."
그는 "자녀를 많이 낳는 시대가 다시 왔을 때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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